복어는 어떻게 몸을 둥글게 부풀릴까?
과거엔 배가 볼록해 물에 사는 돼지라는 의미의 하돈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한다.
성종 24년 1493년에 웅천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옛 지명에서 복어가 굴과 미역에 알을 낳는 바람에 그 사실을 모르고 먹은 해안가 주민 2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경상도 관찰사 이계남이 굴과 미역을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다가 결국 복어 독에 의한 사건으로 판명나 금지령을 해제한 해프닝도 있었다.
복어는 닭고기와 생선의 중간쯤 되는 맛으로 담백하고 쫄깃해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별미로 꼽혔던 음식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복어의 위험성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복어요리를 해 먹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복어는 미식가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음식이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어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판매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복어는 몸집에 비해 작은 지느러미 탓에 빠르게 헤엄 칠 수 없다. 대신 복어는 적의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바로 독성이 청산가리의 10배가 넘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볼에 바람을 넣듯 배를 크게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테트로도톡신은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복어목 어류의 간이나 난소 등 생식 장기에서 주로 발견된다.
복어 자체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복어가 감염되거나 복어와 공생하는 몇몇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독제도 없는 맹독성으로 중독되면 치사율이 40~80%에 이른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으로 120~130종에 달하는 모든 복어가 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독성의 강도에도 차이가 있어 황복, 자주복, 까치복, 검복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 가시복, 거북복의 독성은 약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독이 강한 복어일수록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복어는 어떻게 몸을 둥글게 부풀릴 수 있을까.
복어는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물이나 공기를 잔뜩 흡입해 본래 몸 크기의 3~4배까지 몸을 부풀릴 수 있다.
위장 하단의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물이나 공기를 채우는 것이다.
물속에선 14초에 약 35번 정도 흡입해 몸을 부풀릴 수 있다고 한다.
물이나 공기를 가득 채운 후엔 식도의 근육을 축소시켜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비정상적인 몸의 팽창에도 몸이 터지지않는 것은 피부의 진피층에 탄력성과 신축성을 유지해 주는 콜라겐 섬유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복어가 원래 몸무게의 두 배 이상의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호흡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숨을 참는 걸까.
이를 위해 호주의 과학자들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과학자들은 8마리의 복어를 수조에 넣은 다음 복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몸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그 후 수조 속 용존 산소량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오히려 몸을 부풀리기 전보다 복어의 산소 소비량은 2~3배나 더 많아졌다.
몸이 팽창한 상태에서는 아마기로 더 많이 호흡했던 것이다.
아울러 복어가 공모양의 잔뜩 부풀려진 모습에서의 과잉 호흡에서 본래 호흡으로 돌아가는 데는 5시간 36분이 걸렸다고 한다.
복어는 언제든지 자신들이 원할 때마다 몸을 부풀려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복어가 3~8번 연속 몸을 부풀릴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엔 아무리 위협을 가해도 반응이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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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 [분류 전체보기] - 스몰리딩 사색하라